20대 최후의 워크샵 - 2008, NXT in Jeju! [2부]
Journey
2008/09/29 02:13
두렵게도 - 현실의 벽은 과거를 까맣게 잊게 하곤 한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사에 찌들고 일들은 맘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은 항상 좋을 수가 없다. 자기 개발도 항상 해야 하고 가족들도 챙겨야 한다. 인맥 관리는 기본이며 지겨운 출퇴근길을 지나면서도 옛 기억은 항상 저 멀리서 웃으며 기다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후 옛 기억을 반추해 보면 -
단지 군중과의 벽에 부딪힌 뫼르소(Meursault, L'ETRANGER) 처럼 현실과의 괴리감만 높아질 뿐.
짧은 기간과 기억이라 해서 부조리(不條理, L'absurde) 속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잊는다는 것은,
혹은 잊혀 진다는 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제의 퇴근길은 즐거웠다. 음악을 들으며 우렁찼던 풍차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궁상맞게도 무슨 소린가 싶지만 유키 쿠라모토(Yuhki Kuramoto)의 'Refinement(1998)' 앨범은
신기하게도 쉬이 과거를 회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제주의 힘찬 풍차 소리가 로맨스에 묻어 다시 기억으로 환원되다.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은 로맨스와의 작별을 고했지만(Goodbye to Romance, 1980)
유키 쿠라모토(Yuhki Kuramoto) 는 로맨스를 다시 기억나게 한다(Romancing Time, 1998)
다시 기억으로 돌아와서(1부 복습) -
2일차, 2008. 8. 29(금), 11:30 A.M
흐리고 거친꽃처럼 거친 하늘은(?) 전날 익어버린 얼굴과 팔을 보호해 주듯이 잔뜩 찌푸려 있고
선선한 바람은 ATV 를 타며 집중한 탓인지 취기가 걷히며 다시 온몸을 간지럽히는 시간,
ATV 를 탄 후 모두들 먼지 범벅이 되어 툭툭 털고 보니 코치 아저씨(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다.
ATV 교관, ATV 조교, ATV 감독, ATV 운영진, ATV 경영지원;;, ATV 개발자;; 음음..)
가 손으로 털지 말라고 한다. 그런건 진작 얘기하란 말이지.
흰색 옷을 입고 있던 나는 당연한 낭패. 어쨌건 에어 샤워로 온몸을 씻어 준 이후 물을 마시러
운영 사무소로 들어가는데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여자 사장님이 땅 주인과 싸우고 있는
소리를 엿듣게 된다. 아무래도 주인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은데 역시 세상사란 쉽지 않다.
어느 곳에도 현실이란 매정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돌아가서 우리에게 던져질 당면 과제가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했었지만 거친꽃이 밥먹을 곳이 어디냐고 부르기에 그냥 뿌리치고 달려가본다.
다음 목적지는 성읍 민속마을 근처에서 흑돼지요리로 나름 소문났다고 하는 '낭밭식당'이었는데
현 위치로부터 약 5분 이내의 거리였다. 우리 차를 선두로 하여 다시 도착해서 보니 정겨운 느낌의
식당이었고, 맛은 생각외로 평범했다.(이상하게도 이름난 음식점에선 계속 실패했다)
아저씨는 다 먹을때 즈음 말고기집을 열심히 광고하고 있었고, 거친꽃이 넘어가는 듯 하자 인심
좋게도 고기도 더 얹어주셨는데 사실 이런 속에 고기는 이제 그만; 짬뽕국물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는거다.
식사를 마친 후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함덕 해수욕장에 카약을 타러 출발했다. 조금 상쾌히지긴
했으나 아직도 머리는 아픈지라 오늘은 여행 분위기가 물씬 나는(?) 헤비한 음악은 자제하고
조용하고 머리 안 아픈 음악을 틀어놓고 출발했다.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에 조수석에서 이상하게도 잠이 안와서 뒤를 돌아 보았는데, 유진씨는
꿈속에서 말고기와 대화를 하고 있었고 정아씨는 썬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자는지 안자는지 분간이
가지 않아서 몇번 더 힐끔 힐끔 뒤돌아 보았는데 역광에 눈이 보이질 않는거다. 의아해서 다들 자냐
고 물었더니 안자고 있더라. 뒤돌아봤을때 왜그러냐고 물어라도 보지 -_- 그리고 유진씨는 일어나서
뻔뻔하게 안자는 척. 안그래도 되는데 -_- 이거 촬영해 놨으면 무슨 시트콤 비슷했을듯ㅋㅋ
가는 길은 꽤 먼 편이라 다시 창문을 열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다 -
제주도란 섬을 처음 방문한 계기는 초등학생 시절 아람단이라는 비밀 단체(무려 학교 뒷뜰에서
야영을 하기도 하는 비밀스러운 단체였음)에서 관광차 어머니와 방문한 것이 처음이었고,
그 시절의 이미지가 내게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종유석 동굴과 한림공원의 아듀 메시지인
'또 옵서예' 가 크게 새겨진 출구 근처 기둥의 모습. 지금도 그대로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옆을 돌아보니 거친꽃이 입을 내밀고 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찰칵.
(나중에 알고보니 이 타이밍의 사진은 지워졌다. 이건 풍차 길을 지나갈 때... 그냥 넘어가자)
함덕 해수욕장은 제주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해수욕장으로, 우리가 아는 정보는 단순히 카약을
탈 수 있다는 것 밖에는 없었다. 단순히 그뿐으로 12명이 그곳으로 향했다는 것은 일정 자체가
알고 보면 모두 우연찮게 짜여졌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냥 가면 되는거냐. 일단 가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길은 협재보다 훨씬 나았던 것이 일단 진입로가 차가 많이 다니는 자동차
도가 아니고, 주차공간도 훨씬 풍부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봐야 길거리지만...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실장님이 끝까지 집착하시던(님들 부녀회 무시하나연?) '부녀회 매점'
옆의 테이블에 잠시 자리를 잡고 여성분들은 옷을 갈아입으러 화장실로 들어가시고 나는 우아하게도
거친꽃과 함께 길거리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멋지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태원씨가 없다. 나중에 보니 실장님이 디테일하게 차에서 자고 있는 것을 찍어 두셨더라
어제의 술이 좀 치명적이었는지 카약도 안타고 자버린다.
거친꽃이 부녀회 매점에 어디서 카약을 탈 수 있는지 물어, 카약 탑승 대기장으로 길을 향했는데
멋들어지고 화끈한 30대 중후반으로 예상되는 아저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여기서 문구점에서도
가격을 쇼부치는 거친꽃의 등장으로 9000원까지 가격을 협상하다 - 장하다, 멋지다 wildflower
이 곳에서도 넥슨 할인을 실천해 내다니! 인도에서는 가격을 깎는 것이 스포츠와 같다고 하던데 우리는 제주에서 레포츠로 즐기고 있다 -_-
더 대단한 것은 아저씨가 맘이 좋아서인지 가격도 깎아주고 사람 없으면 지겨울때까지 타라고
했다는 것이다. 힘은 없지만(차에서도 잠 한숨 못잠) 일단 돈 번것 같은 기분이므로 환영이다.
아쉽게도 차에서 카메라나 캠코더를 가져온 사람이 없어서 카약을 타는 장면을 찍을 수는 없었으나
내가 최선을 다한 그림 실력으로 모든 장면을 재현해 보려다 관뒀다.
포스팅이 늦는 이유가 다 있다.
어쨌든,
지금 보니 좀 전에 옷을 길거리에서 갈아입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 카약에서는 옷을 대여해 주고
있었다. 무려 티셔츠 바지에 강남 아파트까지 대여해주는 멋진 서비스였고 옷을 뒤지다보니
무려 나이키도 있다는 궁핍한 발언도 들려온다. 하지만 나도 나이키에 열광한 한명~
모두들 나름 멋지다고 고른 옷을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티셔츠가 맘에 드는지 서로 보면서 확인해
보지만 다들 의자에 걸린 잔뜩 낡은 구명조끼를 갈아입자 아무 의미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근데 민망하게도 구명조끼는 끈을 다리 사이로 한번 더 묶게 되어 있는데, 물 속에서 구명조끼가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이건 좀...(나중에 물에 들어가보니 말할 수 없는 오묘한
고통도...;;)
11명이(태원씨의 전사로 -1) 팀원으로는 많은 인원이 아니지만 이렇게 몰려다니는 사람들도 흔치
않은지 카약도 많은 편이 아니었다. 배는 한정되어 있고 7명은 1인용 카약을 탄다 쳐도, 4명은 2인용
카약을 타야만 했다. 그래서 6/5명씩 조를 나눠서 가위바위보로 두명씩을 2인용 카약에 태우기로
했다. 하지만 나랑 실장님은 만사가 귀찮아서 바다 위에서 자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미친척
2인용으로 빠졌고 나중에 이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게으른 카약 탑승객들로 변모하게 된다.
반대조는 기덕씨랑 현봉씨가 당첨.
배가 편성된 이후 아저씨는 연신 노젓는법을 설명하나 우리 팀 사람들이 딴 사람 말을 들을리가
없다 -_-;;;; 다섯명 회의해도 서로 딴 얘기하고 있는 NXT다. 근데 지금은 11명이다. 나도 어떻게
해야 바다 한가운데서 잘 수 있을까만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거친꽃은 속으로 해녀에게
접근할 계획을 짜고 있는 듯 하다. 조개라도 받아올 생각인가
카약은 바다와 좀 떨어진 곳에 있어 바다로 밀어 넣으려고 하는데 술기운과 두통에 몸이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상하게 우리 카약은 저쪽 2인용 카약 보다 좀 더 무겁다. 낙현씨가 도와
겨우겨우 어떻게 옮겨놓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위에 앉았다.
역시 아저씨의 교육은 우리에게 소용이 없었다. 모두 자신만의 노젓기법을 사용해서 어떻게 어떻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기덕씨와 현봉씨 2인조는 멀리서 보면 그럴듯 해 보였지만 결국 파도에
떠내려 가고 있는 것 같고(비행기 값 아끼려고 인천으로 향한 듯) 유진씨는 프로그래머로서 절대
기대에 벗어나지 않았다 - 우리보다 더 게을러 보인다 - 한성씨는 왜인지 보이질 않고, 거친꽃은
역시 여기저기 휘집고 다니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불가사의할 정도로 좋은 운동신경을 가진 정아씨는 저었다 쉬었다 해가며 앞으로 잘 간다 -
ATV 때도 좀 놀랬음 - 어쨌든 다들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는 반면 실장님과 나는 노 저을
생각은 않고 구호만 외쳐보고(하나 둘) 서로 노도 반대로 젓고 호흡도 전혀 맞지 않는다.
아니, 서로 호흡을 맞춰볼 생각도 없이 그냥 파도에 실려 나가는 것을 즐길 뿐인것 같았다. 분명히
바다 한가운데 있었는데 어느 새 뭍으로 떠내려와서 배바닥이 땅에 닿은지도 모르고 힘써 노를
수백번 젓고 있을 따름이다. 장하다 NXT
하여간 되도 않는 노젓기로 시간을 보내다가.. 낙현씨가 말이 되는 이벤트(구명용 끈으로 약 7대의
카약 끌기 - 낙현씨가 말이 되면 낙마... 재미없나 -_-;')도 진행하고... 어느새 배는 버려두고 바닷
속으로 뛰어들어 카약에 매달려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사라진 거친꽃을 찾으러 또(아마
거친꽃이 내가 군대있을때 말년이었음 난 탈영 했을듯) 밖으로 나와보니 어제 협재에서
만들었던 조형물의 2탄을 만들어놓고 사라졌다. 그 조형물 옆에서 정아씨는 모래성을 쌓고
있었고 조형물에 쌓여있던 해초들은 정아씨가 부끄러워서 올려놓았다고 하는데 사진을 안찍어놔서
엄청 후회되는 장면들이다 -_-;;
물을 묻히지 않겠다는 다짐은 다들 어디로 버리고 젖은 몸을 또 한번 씻고 - 샤워시설은 협재보다
나은듯? - 수건은 아저씨한테 빌려서 썼다. 원래의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상쾌한 마음에
다시 차로 향해보니 차 열쇠가 없다. 거친꽃과 함께 실장님께 핫도그를 얻어 먹었는데 아주머니는
데워주지도 않고 그냥 넘기더라. 거친꽃은 이 시점에서 쉰 핫도그를 선택, 빙고!
차에서 노숙중인 태원씨를 구경하다가 차 열쇠가 없어서 잠시 방황하고 있자니 저 멀리서 정아씨가
열쇠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걸어온다. 얼른 받아 챙기고 저녁을 뭘 먹을까를 한참 고민했다. 원래는
자유 시간을 가지려고 콘도식을 먹자고 의견을 모았었는데 아무래도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아까 핫도그를 먹는 곳에서 조개구이집이 카드가 되는지 물어봤더니 카드가 안된단다. 실장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조개구이가 엄청 땡겨서 조개구이집을 내비게이션으로 아무리 검색해봐도
비슷한 놈도 눈에 띄질 않는다. 누군가 제주에서 조개구이 맛나게 하는집 있음 좀 추천해줘...
이제 모두 취기는 걷힌 듯 하고, 보이지도 않던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무렵 우리는 다같이 모여
NXT 모양을 만들어도 보고 그냥 잔디밭을 거닐기도 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잔디밭에는 야영객이
약 2팀정도 있었는데 정말 부럽게 야영을 하던 것이, 취사도구부터 텐트 / 취침시설까지 거의 완벽히
챙겨서 애들과 함께 여행을 온 것 같았다. 헌데 그 취사도구라는 것이 바람막이부터 스탠드까지
거의 노상에 세워둔 오븐/가스레인지를 방불케 했으며 나는 허벌나게 부러움에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으잉 우리도 이틀차는 그냥 텐트를 대여해볼걸 그랬나 ㅠㅠ 이런 소리 하다 정아씨한테
아저씨 소리도 들었다(끝까지 아저씨라는데...아직은 20대에 미혼이니 그러지 마셈;)
문득 생각해보니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여유를 그다지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현재는 조금 나아졌을지라도 일상생활은 프로젝트에 반납하고 밤이고 주말이고 제작과 구현에
열중하며 어떤 곳에 있을때는 월급도 밀려보고(작은 회사의 현실이란... 게임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욕도 먹어가며 지금까지의 생활을 이어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넥슨이라는 회사에서
NXT라는 팀을 꾸리며 이제 과거의 힘든 기억들을 많이 걷어내고 있는 기분이다.
신기한 것이 회사라는 곳은 상당히 딱딱하고 재미 없는 곳이라서 사람들간의 사무적인 분위기를
걷어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팀만은 뭐가 씌였는지, 실장님과 구성원들간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상당히 어디에다가 대더라도 자랑할 수 있을정도로 항상 자유롭고 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일들도 있다. 어떤 팀이든 초반에는 대부분 분위기도 좋고 구성원도 형 동생
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만 결국은 목표의식과 지향하는 바는 완전히 같을 수가 없기 마련이다.
구성원이 20명 가까이 늘어나면 구성원간의 개성과 지향하는 바를 모두 맞추기는 힘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본인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쟁과 논쟁속에 어느 덧 초반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고 프로젝트도 뜻하지 않는 길로 접어드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이건 스티브 맥코넬의
책을 봐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고, 결국 구성원간의 신뢰와 지향점을 제한하여 하나로 밀고 나가야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 프로젝트 역시 그 정도의 비전을 향하기에는
갈 길이 멀고 완벽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빠른 시간 내 프로젝트 내에서의 자신의 Role 을 파악하게 하고 프로젝트의 로드맵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이번 워크샵에서의 지상 과제였는데 지금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사정
으로(사내 기밀이므로 포스팅 불가...) 아무래도 그 부분을 건너 뛰어야 했고, 지금까지도 너무
아쉬운 일로 남았다.
어쨌건, 워크샵의 목표가 '프로젝트를 위한 비전과 로드맵의 제시' 에는 흔들려 버렸지만 서로간에
사람대 사람으로 약 2박 3일간의 짧은 여정동안 약간은 애매했던 관계들이 걷히고 훗날 같이
뒤돌아 볼 수 있던 워크샵이기를 빌어보며 함덕 해수욕장을 떠날 채비를 한다.
맛집 지도를 같이 보다가 저녁식사에 대해 거친쫓이 멋진 제안을 한다.
"콘도 올라가기 빡시니까 좀 돌아서 가보자. 북서쪽에 해촌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로 가자"
멋진 제안이라고 하고 보니 좀 짧군. 어쨌건 식당은 돌아가지 않으면 그곳 한군데밖에 없고
저녁 라이브까페에 갈 시간을 어느정도 맞추려면 해촌이 제격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해촌'이라는 식당을 내비게이션에서 찾아 다같이 출발을 하는데 이제 제법 정경들이 어두워져 가는
시간이 되었다. 실장님은 차량 LPG 가스때문에 좀 불안해 하시는 것 같아 보이고(난 참
기억력이 좋아) 어찌어찌 빙빙 돌다가 결국 도로로 진입했다. 센과 치히로의 모험의 OST '또
다시'를 걸고 앞으로 향하는데 저녁이 되어서야 체력이 돌아오는 개발자의 특성때문에 또
시끌벅적 거리며 앞으로 간다. 뒷차도 마찬가진듯. 뭐 우리차야 거친꽃과 나만 떠들지만..
앞으로 향하는 도중 제법 멋진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스름이 깔린 정경에 풍차들이 우뚝 서서
휙휙 소리를 내고 있다. 당연히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기 위해 내린다.
정경은 나름 운치가 있고, 멀리 보이는 정자가 그 분위기를 더 살려준다. 멀리 보고있자니, 더욱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진다. 다들 차를 한 구석에 세워두고 사진도 찍고 담배고 물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해촌에 대한 정보를 나름대로 공유받고자 하나 나와 거친꽃이 내막을 알려줄리 만무하다.
왜냐면 우리도 뭔지 모르니까. 그냥 일단 가는거다.
해촌 식당에 도달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믿었다가 몇번이고 차가 밭으로 뛰어들뻔 하고 거친꽃
도 당황한다. 자전거 길만한 너비로 차를 뛰어들게 하는 멋진 내비게이션; 어떻게든 길을 찾아서
가긴 갔는데 횟집이라는 것을 깨닫고 좀 당황했다. 일단 횟집은 최대한 피하자는 실장님의 가이드
라인이 맘에 좀 걸리고 유진씨 같은 경우는 해산물과 별로 친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근처에 식당이라고는 전혀 없을 상황(그냥 한적한 바닷가에 식당이 있다는 자체로도 신기한 지역
이라)이고 별다르게 먹고 싶은 것도(조개구이 외엔) 없는 상황이라 카드가 되는지만 확인하고(성공!)
자리에 앉았다. 뭐 우리보고 졸업 여행이냐고도 묻더라. 날 보고 한 얘길까
어쨌든 경치 하나는 죽여 주는 지역인 것이 야외 식당에 소삐리리 지형의 돌과(-_-;;;) 바닷가가
바로 맞닿아 있고 한가로이(?) 낚시하는 아저씨들도 보이고 해서 사진이나 찍고 놀면서 대강 보내다
보면 마지막 맛집에서의 식사시간을 장식하기는 상당히 좋을 것 같았다.
주인(1)은 아무래도 아무리 잘 봐줘도 우리 나이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일단
7시에 손님이 오니 지금 빨리 주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장사성 발언까지 한다. 그냥 콘도로
돌아가서 콘도식을 먹을까 하다가 조금 친절해보이는 주인(2)가 와서 식단과 추천메뉴를 설명해
주다보니 어느새 맘이 누그러지는 이 갈대같은 마음. 일단 우리는 유진씨가 회를 못먹기 때문에 탕을
빨리 줘야 한다는(매운탕을 요구했었다) 말을 하면서 얘기를 하다 보니 그냥 광어회나 우럭 이런 것
들로 제한하지 말고, 식당의 추천 메뉴로 한사람당 가격을 약 30,000 원 가량으로 하자고 딜을 걸어
온다.
사실 지치기도 했고, 식당의 먼 풍경이 너무 한가롭고 아름다워서 당장 돌아가기는 좀 아쉬운 상황
이다. 적당히 타협하고 주위를 거닐다.
시간이 흐르고 고요하고 정적인 흐름에 파도소리가 적절히 그 고요한 위상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먼 풍경에는 고깃배로 보이는 배들이 평화로이 떠돌고 있었으며 나도 그다지
감상을 망치고 싶지 않아 자리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처 바닷가에서는 연인으로 보이는
여행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간간히 들리는 팀원들의 지친 목소리가 정겨웠다.
아이팟 터치로 Andre Gagnon 의 Pour Ma Soeur En Allee 를 걸어놓고 현무암이 깔린 갯벌로
나가서 새삼스레 걸어도 보며 나름 마지막 일정을 즐기고 나서 자리에 돌아와서 앉았다. 식사는
나올 줄을 모르고 정아씨는 사람들의 순간 표정을 열심히 찍고 있다.
7시에 온다던 손님도 오지를 않는다. 뭐 우리야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니까.
멀리 보이던 노을 빛은 어느새 우리 머리를 덮기 시작했고 슬슬 춥고 지루해지기 시작할 무렵
정아씨가 저만치서 뒤뚱거리면서 걷고 있어서 의아해 할때쯤 실장님이 출동 사인을 내리시는데 -_-
이게 껄떡 이벤트가 될 줄이야...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어쨌든 나는 뻘쭘하게 게가 숨어있다는
갯벌을 무심하고 어색하게 파헤쳐 볼 뿐이었다(사진 찍어준다는 것도 거절당한 상황이었음)
어쨌든, 님들은 대놓고 껄떡대나연?
.
.
.
말하고 보니 구차한가(부끄 >_<)
어쨌건, 시간은 흐르고 멀리서 주인 아저씨의 사랑스러운 발자국 소리가 터벅 터벅 들리고 드디어
회가 무늬뿐이던 식탁에 깔리며 그럴듯한 메뉴가 펼쳐졌다. 우리는 방심한 사이에 식탁이 부러지
도록 풍성한 메뉴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광어회와 옥돔이 처음이었으며 전복볶음밥, 광어미역국,
말고기 육회에 초밥, 한라산 소주까지 이어지는 6단 콤보에 다들 혀를 내두르며 젓가락을 움직
이기 시작 했다. 사실, 이전까지 먹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는데(유리네
도 별로라) 예상치 않게 맛보게 된 해촌에서의 광어회와 옥돔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전복 볶음밥은 잘개 자른 김과 참기름, 간간히 씹히는 깨소금과 전복들이 입안에서 향연을 펼쳤으며
실장님 몰래 먹는(내가 우리 차의 마지막 운전자가 되어서) 2잔의 소주는 그보다 더 향기로울 수는
없었을거다. 다들 유진씨를 좀 신경쓰는 분위기였는데 어느새 동참해서 그런대로 식단을 즐기고 있
더라능. 하여튼 다들 연신 조낸 짱을 외쳐가며 입을 쉬지 않고 있었다. 나도 사실 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곳의 회는 너무 맛있고 양도 풍부했다. 12명이 다 합쳐서 30만원이 약간 넘게 먹었는데
배가 터질 정도였으니 가격도 적절하고 왁자지껄 좋은 분위기도 유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거친꽃은 이미 즐겁게 흥분 상태였고 동렬씨도 기분 좋게 회를 목으로 넘겨가며 이번 주최측(ㅋ)이
짱이라는 말을 연신 뱉어내고 계셔서 실장님도 아랑곳 않고 법인카드를 동렬씨께 넘길뻔 했다!
내년에도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명함을 여러장 받아오려고 하니 주인(1) 이 네이버에서 해촌을 치랜다. 이봐요 -_-; 친절했던
주인(2)가 성화를 부려 명함을 여러장 받아오고 다음 여정인 '일단 무늬는 자유시간'을 가지기 위해
차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낚시를 가는 인원들이 선발되어 따로 시간을 가지기로 했는데 낚시를
간 사람들이 나중에 우리에게 낚이는 이벤트가 벌어지게 되는데, 기대하시라(두둥)
거친꽃은 기분 좋게 취했는지 클릭스 MP3(나는 제품명을 항상 적어야 직성이 풀리나부다)를 Aux
에 스테레오 케이블을 꽂아서 마구마구 음악을 선곡하며(1절씩만 듣기도 하는 기행을 거듭하며)
거친 조수 노릇을 하고 있었고 뒷좌석 두 숙녀분들은 덕분에 한국 음악도 들으면서 즐거워 하고
있더라. 나는 뒤에서 쌍라이트를 켜고 끝까지 따라오는 실장님을 제치려 노력하지만(눈부셔서 -_-)
가로등도 없는 밤길에서는 속도를 더 내는 것은 자살행위다. 어쨌든 지친 것도 잊고 맛있던 저녁을
회상하며 라이브 까페가 기다릴 콘도로 차를 몰았다. 어쨌건 100km 이내로 몰았다는 것이다.
진짜다 뻥 아님
우리가 묵는 한화 콘도는 저녁 시간대부터 1시간 단위로 약 30~40분씩 포크 음악과 노천 호프의
손님들에게 신청곡 위주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자유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제격인 것 같았다. 나름
마지막은 여유를 부리고 싶었던 것인데, 차를 대고 들어와 보니 다들 TV를 보고 있다. 졸려워지면
어쩌려고 이사람들이 -_- 내가 방에 도착한 것은 9:10분 경이고 이미 이번 시간대 공연 타임이
시작한 시간이라 전날 먹지 못한 양주를 꺼내 놓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때 내 가방에 넣어
둔 아몬드는 며칠 후 집에서 호떡으로 재탄생하게 된다(클릭)
원래 다음 날을 위해 황태 해장국을 끓여 놓고 싶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이마트 등을 들를 정신도
없고 해서 다시마도 무도 계란도 황태도 국간장도 소금도 없었다(있는게 없었다는 말임) 그냥 포기.
어차피 저녁에 콘도식을 안먹었으니 아침에 먹으면 된다고 자기 합리화에 최면까지 걸어놓고 뒹굴
거리다 라이브 까페로 윈저 한병을 들고 나갔다.
노천 호프에서 일단 맥주를 어떻게 어떻게 시켜놓고 보니 어제의 취침시간이 2시간 밖에 안 된
상태라 한모금 마시고 나니 왠지 핑 돌더라. 뭐 차에서 잠도 안잤고, 아까 살짝 마신 소주도 있지만..
술이 순배를 돌면서 거친꽃이 자리에 앉았고 뭐 안될거라고 하더니 문방구에서도 쇼부 칠수 있는
능력으로 종업원과 가져온 양주를 마셔도 되겠냐고 하면서 협상을 하더라. 뭐 주위에서도 항상 없는
일은 아닌데 그냥 마시게 해줄줄 알았는데 의외로 어렵게 타협한 듯 했다. 역시 거친꽃
현봉씨는 출발일 전에 술을 무더기로 마신 터라 어제 일찍 잤었다. 더분에 오늘 발동이 걸렸고,
거친꽃은 맥주에 양주를 무더기 로 타더니 결국 GG를 치고 만다. 이런 저런 시간을 보내다가 라이브
가수들이 입장한다. 여자 보컬은 노래도 좀 하는 편이고, 분위기도 잘 맞출 것 같았지만 사실 감흥은
별로 없었던 것이 어떤 회사에서 무더기로 워크샵을 왔는지 지붕에서 사진을 찍는 기특한 직원들과
부장급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어설프게 춤을 춰가며 옆 테이블의 애기들한테까지 집적대면서 흥이
깨진다.
나는 이 시간을 틈타 화장실도 다녀올겸 실장님께 방 출입카드를 받아 챙기고 주위를 거닐고
써먹지 못할 어두운 곳에서의 사진을 몇장 찍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술도 잘 안받고 이미
취한 상태다. 이런 저런 생각도 나고 졸려서 그냥 쉬고 싶기만 했다. 그래도 마지막 일정을 버릴수는
없지 -_-; 돌아와서 방에 들어갈 것을 권유하고 나니 현봉씨가 아쉬워 하는 눈치라 조금 더 버티다가
결국 모두를 끌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술자리를 세팅하고 술의 순배를 돌렸다.
아무래도 인원이 4명 적어져서 그런지 분위기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았고 다들 지쳐서 뭔가 할거리를
찾아야 했는데 결국 4명을 다시 콘도 안으로 부르기 위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_-; 사실 나는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야 말았고, 내가 한 말이 먹혀서 좀 뻘쭘하기도 하더라.
일단 거친꽃과 동렬씨를 싸움을 붙이는 이벤트였는데, 실제로 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극으로
진행하게 한 것이고, 그럴 듯한 핑곗거리를 현봉씨의 Catmull-Rom 낙하로 설정했다. 그냥
뒤돌아 보면 다음과 같은 화두거리였는데 -
1. 일단 거친꽃이 나이가 적은편(???, 30ㅠㅠ) 인 상태에서 현봉씨의 낙하 이벤트를 주제
로 놀리기 시작하고
2. 이에 열받은 동렬씨가 나서서 둘이서 전투를 벌이려 한다.
3. 다들 말리는 데 정신이 없다. 거친꽃은 실장님이 말리고 나는 동렬씨를 잡는다. 현봉씨
는 열받아서 어디로 피해있다.
이 상황에서 이 이벤트를 낚시를 간 사람들(삼관,기덕,한성,낙현)을 낚아서 방으로 오게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연기를 할 여자분이 필요한데...
일단 유진씨는 연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앞에서 안주가 하나 굴러가도 바로 웃어버릴 모드
다. 결국 정아씨가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전화 연기를 해야 했는데, 실장님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동참, 캠코더까지 동원하며 전략회의를 풍부하게 해 주시더라. 나랑 현봉씨는 그냥 좀 얘기나 하고
싶었는데 난 기덕씨랑 삼관씨가 나중에 장난질이냐고 화낼까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현봉씨는 단지 술이 좀 부족했던 것이고..
모든 전략 회의가 그럴듯하게(?) 끝나고 닭싸움이냐 가위바위보냐 하면서 엔딩을 그럴 듯하게
설정하고 나서 한번정도 연습 후 1막이 열리기 시작한다.
- 1막 -
(정아씨가 삼관씨한테 전화를 한다)
정아 : 여보세요. 저 정안데요. 여기 싸움이 나서 brabra (울먹울먹) 꺅꺅 (흑흑) 어쨌든 빨리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삼관씨는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침착하고 심각해진다)
삼관 : 음. 알겠어요 지금 빨리 갈게요(낚싯대를 챙긴다)
여기서 주목해봐야 할 것이 연기 능력인데, 발코니에서 전화를 하는 것을 힐끔 들어본 바로는 어디
연기학원이라도 다녀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여간 이제 내 걱정병에 전염된 실장님은
다른 걱정을 하시는데, 이 전화를 받고 나서 서두르다가 사고라도 날까봐서인지 내게 2차적인
역할을 맡겨 주신다. 이제 2막이 열리는거다.
- 2막 -
(VFH가 삼관씨에게 전화를 한다)
VFH : 네 저 VFH 인데요. 여기는 대강 정리되었으니까 그냥 사고 조심해서 천천히 오세요.
(삼관씨는 VFH의 심각한 사운드에 갑작스럽게 진짜인듯한 확신이 생겨버린다.)
삼관 : 거의 다 왔어요. 금방 들어갈게요
(VFH는 퀘스트를 완수했다. 90의 경험치를 얻었다. 구라 스킬이 +3 늘었다. 맥주잔을 획득했다.)
어쨌든 다들 근처에 왔으니 이제 주위를 환기하고 얼굴에 캐챱도 발라보고 싸운 흔적을 만들려고
접시도 뒤집어보고 하며 상황을 연출해 본다. 몇 잔 순배가 돌고 나니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며(!!) 3막이 열렸다.
- 3막 -
(쿵쿵쿵)
(후다닥, 콰쾅, ㅅㅂㅅㅂ, 왔다 왔어, 원위치!,뿌웅(?))
(동렬씨는 담배를 방에서 피우고 있는다. 문은 닫혀 있고 VFH이 동렬씨를 말리고 있다)
(실장님은 발코니에서 거친꽃을 말리고 있다)
(막 들어온 멤버들이 걱정 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삼관 : 왜 그래, 용석씨
기덕 : 무슨일이야, 왜그래?
낙현 : (빤히) <- 주목
한성 : (가만히 있는다)
(이 때 동렬씨가 신호를 보내며 방에서 뛰쳐 나간다. 거친꽃을 가리키며. 정아씨는 자책감에 입을
가리고 벽에 붙어있다. 유진씨는 뭐하는건지 바닥을 보고 있다. 태원씨랑 현봉씨는 방에서 벽을
보고 있다. 동렬씨의 대사는 몇단어로 되어 있는지 한번 주목해보자)
동렬 : 너 ㅅㅂ 니가 그러면 안되지
거친꽃 : 아니, 일단 와서 얘기해봐요. 와보라구요.
삼관 : 용석씨, 그만해
(이 때 동렬씨가 몸을 던지는 것을 VFH 가 몸을 던져서 방 밖으로 밀쳐낸다. 삼관씨가 자연스레
돕는다)
동렬 : 아 ㅅㄲ 넌 ㅅㅂ
(동렬씨는 방 밖에서 입구 쪽으로 VFH 가 밀쳐서 출구쪽으로 가기 시작하다가 천천히 웃음이
나오는 것을 손으로 가리며 오기 시작한다)
동렬 : 아 ㅅㄲ
거친꽃 : 아니 무슨 말을, 참내 와서 해보라니까
(약 5초간 둘이서 눈으로 대치하고 있다가 동렬씨가 다가가니 삼관씨가 눈치없게 막아선다)
삼관 : 말로해 말로. 용석씨 그만해.
(이 상황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낙현씨는 다른 방에 있던 사건의 원흉(?) 현봉씨를 보면서 의아해
한다.)
낙현 : 싸운다는데 왜 우-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웃음을 삭힌다, 현봉씨는 벽을 주먹으로 쾅하고 친다. 이 대사는 훗날 NXT의 전설이 된다.)
(하여간, 거친꽃이 말을 계속하는데)
거친꽃 : 아니, 동렬씨 운동했으면 다예요? 왜 자꾸 힘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VFH : 용석씨 그만해! 용석씨가 그럼 안되는거지!(대사에 없던)
동렬 : 넌 ㅅㄲ 니가 ㅅㅂ 아우 ㅅㅂ 내가 말을 말아야지 ㅅㅂ
(VFH는 삼관씨가 막는 것에 엔딩이 안나서 그냥 싸우라고 동렬씨를 민다. VFH는 낙현씨 말때문에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 해서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아무도 날 안보니 상관 없다 ㅋㅋ)
결국 거친꽃과 동렬씨의 가위바위보. 상황 종료. 다들 웃는다
(하하)
(내가 이럴줄 알았어
(아 뭐야 내 고등어) (????)
(오쩐지 이상하데여)
- 끝 -
뭐 후에 누가 어떻게 예상했느니 하면서 한잔 술에 양쪽 진형의 스토리를 서로 비교하며 즐거워
한다. 어쨌든 웃으면서 끝났으니 다행이다.
어쨌든 모두가 한 자리에 다시 모였다 -
실장님이 이번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워크샵동안 찍었던 모든 동영상을 하나 하나 모두 플레이하기
시작하며 제주에서 있던 기억들을 마치 복습하듯 되짚을 수 있었는데, 하나 하나 지루할만한 시간이
없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 귀찮을만도 한 포스팅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제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니... 호주 이후로(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닥
자랑할만한 여행거리가 없어서 괴로웠는데 당분간 입이 심심하지는 않게 됐다.
이제,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워크샵의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났다.
이 마지막 일 이후에는 별 다른 일 없이 잠자고. 일어나고, 아침은 토스트와 커피, 베이컨과 달걀에
샐러드를 곁들인 맛있던 콘도식을 즐기고 LPG 를 충전하고 차량을 반납하고 기념품을 사고..
김포공항에 돌아와서 다들 자신의 길을 간 평범한 스토리다. 허탈하게도 다들 바이바이 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꿈처럼 돌아와 기념품을 가족에게 풀어놓고, 그간의 일을 말할 새도 없이 그냥 깊은 잠에
빠져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고 말았다. 음악 하나를 걸어 놓자니 공교롭게도 조지 윈스턴.
꿈 같던 시간이기는 했지만.. 사실, 큰 의미를 부여할 것 까지는 없다 - 그냥 사람들끼리 모여서
즐거이 다녀온 여행이기에 충분한 것이다. 잘 모르던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친분이 생길 일이 없던
사람들과의 인연도 생기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NXT-정아씨 얘기겠지)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뉴에이지 음반을 몇장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앙드레 가뇽, 유키 쿠라모토,
조지 윈스턴의 모든 앨범을 뒤적거리며 최대한 멋없는 뇌세포의 모든 기억을 되새기려 노력했다.
이문열은 삼국지를 평역하며 끝없이 중국 차를 마셨다는데, 나는 제주의 기억을 뉴에이지로 채우려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센티멘탈해지고 말았다. 기회 되면 다들 꼭 들어 보시길. 이 공허한 계절을
채우는 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터이니. 특히 솔로들은 집중해서 듣다보면 어느 새 여러
가지 의미로 바빠진 자신을 깨닫게 될 듯 하다.
내년 여름이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보단,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그냥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 어쨌든 개발도 중요하니까. 현재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 해야겠지..
담배도 끊어야 할 것 같고 -_-; 술도 줄이고...
이 아래의 사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NXT에서' 유명한 개발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내년 여름에 이 멤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붙여 조잡한 글을 마치려 한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사실 2부로 나눌 필요가 없는 포스팅이지만,
쉬이 잊혀지는 것이 싫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기에 일부러 2부로 쪼개서 감흥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이 워크샵 담당자로서의(동렬씨 말로는 주체측) 마지막 역할인 것이다(오오)
이번 겨울은 거친꽃 주체하 개인적으로 모여 스키장을 가기로 했으니 알아서 모이고
저는 내년 여름에도 살아있다면 다시 공식적 행사로 여러분을 모시겠슴다
pps.
나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이제 작년 이맘때쯤부터 벼르고 맘먹었던 근교여행을 다녀보려 하는
계획을 다시 수립중이다 -
혼자서, 혹은 근처의 친구, 지인들과 주말에 내 차나 기차를 타거나 버스도 자전거도 좋다.
무리한 일정은 배재하고, 서울 주위의 구석구석을 방문하면서 사진도 찍고 블로그에 글도 기고하며
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공부랑 개발은 평일날 열심히 하고(!)
거친꽃이 음악도 다시 하자고 해서 이제 연말 공연도 준비해야 하고;;(넥밴 5팀 되었습니다!!)
ppps.
멤버들! 자기 블로그/홈페이지/미니홈페이지 주소 좀 댓글에 달아주세요.
댓글이나 트랙백이라도 던지고 놀아용. 없으면 없다고 써주시등가 -_-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사에 찌들고 일들은 맘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은 항상 좋을 수가 없다. 자기 개발도 항상 해야 하고 가족들도 챙겨야 한다. 인맥 관리는 기본이며 지겨운 출퇴근길을 지나면서도 옛 기억은 항상 저 멀리서 웃으며 기다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후 옛 기억을 반추해 보면 -
단지 군중과의 벽에 부딪힌 뫼르소(Meursault, L'ETRANGER) 처럼 현실과의 괴리감만 높아질 뿐.
짧은 기간과 기억이라 해서 부조리(不條理, L'absurde) 속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잊는다는 것은,
혹은 잊혀 진다는 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제의 퇴근길은 즐거웠다. 음악을 들으며 우렁찼던 풍차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궁상맞게도 무슨 소린가 싶지만 유키 쿠라모토(Yuhki Kuramoto)의 'Refinement(1998)' 앨범은
신기하게도 쉬이 과거를 회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제주의 힘찬 풍차 소리가 로맨스에 묻어 다시 기억으로 환원되다.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은 로맨스와의 작별을 고했지만(Goodbye to Romance, 1980)
유키 쿠라모토(Yuhki Kuramoto) 는 로맨스를 다시 기억나게 한다(Romancing Time, 1998)
다시 기억으로 돌아와서(1부 복습) -
2일차, 2008. 8. 29(금), 11:30 A.M
흐리고 거친꽃처럼 거친 하늘은(?) 전날 익어버린 얼굴과 팔을 보호해 주듯이 잔뜩 찌푸려 있고
선선한 바람은 ATV 를 타며 집중한 탓인지 취기가 걷히며 다시 온몸을 간지럽히는 시간,
ATV 를 탄 후 모두들 먼지 범벅이 되어 툭툭 털고 보니 코치 아저씨(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다.
ATV 교관, ATV 조교, ATV 감독, ATV 운영진, ATV 경영지원;;, ATV 개발자;; 음음..)
가 손으로 털지 말라고 한다. 그런건 진작 얘기하란 말이지.
흰색 옷을 입고 있던 나는 당연한 낭패. 어쨌건 에어 샤워로 온몸을 씻어 준 이후 물을 마시러
운영 사무소로 들어가는데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여자 사장님이 땅 주인과 싸우고 있는
소리를 엿듣게 된다. 아무래도 주인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은데 역시 세상사란 쉽지 않다.
어느 곳에도 현실이란 매정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돌아가서 우리에게 던져질 당면 과제가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했었지만 거친꽃이 밥먹을 곳이 어디냐고 부르기에 그냥 뿌리치고 달려가본다.
다음 목적지는 성읍 민속마을 근처에서 흑돼지요리로 나름 소문났다고 하는 '낭밭식당'이었는데
현 위치로부터 약 5분 이내의 거리였다. 우리 차를 선두로 하여 다시 도착해서 보니 정겨운 느낌의
식당이었고, 맛은 생각외로 평범했다.(이상하게도 이름난 음식점에선 계속 실패했다)
아저씨는 다 먹을때 즈음 말고기집을 열심히 광고하고 있었고, 거친꽃이 넘어가는 듯 하자 인심
좋게도 고기도 더 얹어주셨는데 사실 이런 속에 고기는 이제 그만; 짬뽕국물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는거다.
식사를 마친 후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함덕 해수욕장에 카약을 타러 출발했다. 조금 상쾌히지긴
했으나 아직도 머리는 아픈지라 오늘은 여행 분위기가 물씬 나는(?) 헤비한 음악은 자제하고
조용하고 머리 안 아픈 음악을 틀어놓고 출발했다.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에 조수석에서 이상하게도 잠이 안와서 뒤를 돌아 보았는데, 유진씨는
꿈속에서 말고기와 대화를 하고 있었고 정아씨는 썬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자는지 안자는지 분간이
가지 않아서 몇번 더 힐끔 힐끔 뒤돌아 보았는데 역광에 눈이 보이질 않는거다. 의아해서 다들 자냐
고 물었더니 안자고 있더라. 뒤돌아봤을때 왜그러냐고 물어라도 보지 -_- 그리고 유진씨는 일어나서
뻔뻔하게 안자는 척. 안그래도 되는데 -_- 이거 촬영해 놨으면 무슨 시트콤 비슷했을듯ㅋㅋ
가는 길은 꽤 먼 편이라 다시 창문을 열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다 -
제주도란 섬을 처음 방문한 계기는 초등학생 시절 아람단이라는 비밀 단체(무려 학교 뒷뜰에서
야영을 하기도 하는 비밀스러운 단체였음)에서 관광차 어머니와 방문한 것이 처음이었고,
그 시절의 이미지가 내게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종유석 동굴과 한림공원의 아듀 메시지인
'또 옵서예' 가 크게 새겨진 출구 근처 기둥의 모습. 지금도 그대로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옆을 돌아보니 거친꽃이 입을 내밀고 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찰칵.
(나중에 알고보니 이 타이밍의 사진은 지워졌다. 이건 풍차 길을 지나갈 때... 그냥 넘어가자)
함덕 해수욕장은 제주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해수욕장으로, 우리가 아는 정보는 단순히 카약을
탈 수 있다는 것 밖에는 없었다. 단순히 그뿐으로 12명이 그곳으로 향했다는 것은 일정 자체가
알고 보면 모두 우연찮게 짜여졌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냥 가면 되는거냐. 일단 가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길은 협재보다 훨씬 나았던 것이 일단 진입로가 차가 많이 다니는 자동차
도가 아니고, 주차공간도 훨씬 풍부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봐야 길거리지만...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실장님이 끝까지 집착하시던(님들 부녀회 무시하나연?) '부녀회 매점'
옆의 테이블에 잠시 자리를 잡고 여성분들은 옷을 갈아입으러 화장실로 들어가시고 나는 우아하게도
거친꽃과 함께 길거리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멋지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태원씨가 없다. 나중에 보니 실장님이 디테일하게 차에서 자고 있는 것을 찍어 두셨더라
어제의 술이 좀 치명적이었는지 카약도 안타고 자버린다.
거친꽃이 부녀회 매점에 어디서 카약을 탈 수 있는지 물어, 카약 탑승 대기장으로 길을 향했는데
멋들어지고 화끈한 30대 중후반으로 예상되는 아저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여기서 문구점에서도
가격을 쇼부치는 거친꽃의 등장으로 9000원까지 가격을 협상하다 - 장하다, 멋지다 wildflower
이 곳에서도 넥슨 할인을 실천해 내다니! 인도에서는 가격을 깎는 것이 스포츠와 같다고 하던데 우리는 제주에서 레포츠로 즐기고 있다 -_-
더 대단한 것은 아저씨가 맘이 좋아서인지 가격도 깎아주고 사람 없으면 지겨울때까지 타라고
했다는 것이다. 힘은 없지만(차에서도 잠 한숨 못잠) 일단 돈 번것 같은 기분이므로 환영이다.
아쉽게도 차에서 카메라나 캠코더를 가져온 사람이 없어서 카약을 타는 장면을 찍을 수는 없었으나
내가 최선을 다한 그림 실력으로 모든 장면을 재현해 보려다 관뒀다.
포스팅이 늦는 이유가 다 있다.
어쨌든,
지금 보니 좀 전에 옷을 길거리에서 갈아입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 카약에서는 옷을 대여해 주고
있었다. 무려 티셔츠 바지
무려 나이키도 있다는 궁핍한 발언도 들려온다. 하지만 나도 나이키에 열광한 한명~
모두들 나름 멋지다고 고른 옷을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티셔츠가 맘에 드는지 서로 보면서 확인해
보지만 다들 의자에 걸린 잔뜩 낡은 구명조끼를 갈아입자 아무 의미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근데 민망하게도 구명조끼는 끈을 다리 사이로 한번 더 묶게 되어 있는데, 물 속에서 구명조끼가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이건 좀...(나중에 물에 들어가보니 말할 수 없는 오묘한
고통도...;;)
11명이(태원씨의 전사로 -1) 팀원으로는 많은 인원이 아니지만 이렇게 몰려다니는 사람들도 흔치
않은지 카약도 많은 편이 아니었다. 배는 한정되어 있고 7명은 1인용 카약을 탄다 쳐도, 4명은 2인용
카약을 타야만 했다. 그래서 6/5명씩 조를 나눠서 가위바위보로 두명씩을 2인용 카약에 태우기로
했다. 하지만 나랑 실장님은 만사가 귀찮아서 바다 위에서 자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미친척
2인용으로 빠졌고 나중에 이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게으른 카약 탑승객들로 변모하게 된다.
반대조는 기덕씨랑 현봉씨가 당첨.
배가 편성된 이후 아저씨는 연신 노젓는법을 설명하나 우리 팀 사람들이 딴 사람 말을 들을리가
없다 -_-;;;; 다섯명 회의해도 서로 딴 얘기하고 있는 NXT다. 근데 지금은 11명이다. 나도 어떻게
해야 바다 한가운데서 잘 수 있을까만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거친꽃은 속으로 해녀에게
접근할 계획을 짜고 있는 듯 하다. 조개라도 받아올 생각인가
카약은 바다와 좀 떨어진 곳에 있어 바다로 밀어 넣으려고 하는데 술기운과 두통에 몸이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상하게 우리 카약은 저쪽 2인용 카약 보다 좀 더 무겁다. 낙현씨가 도와
겨우겨우 어떻게 옮겨놓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위에 앉았다.
역시 아저씨의 교육은 우리에게 소용이 없었다. 모두 자신만의 노젓기법을 사용해서 어떻게 어떻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기덕씨와 현봉씨 2인조는 멀리서 보면 그럴듯 해 보였지만 결국 파도에
떠내려 가고 있는 것 같고(비행기 값 아끼려고 인천으로 향한 듯) 유진씨는 프로그래머로서 절대
기대에 벗어나지 않았다 - 우리보다 더 게을러 보인다 - 한성씨는 왜인지 보이질 않고, 거친꽃은
역시 여기저기 휘집고 다니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불가사의할 정도로 좋은 운동신경을 가진 정아씨는 저었다 쉬었다 해가며 앞으로 잘 간다 -
ATV 때도 좀 놀랬음 - 어쨌든 다들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는 반면 실장님과 나는 노 저을
생각은 않고 구호만 외쳐보고(하나 둘) 서로 노도 반대로 젓고 호흡도 전혀 맞지 않는다.
아니, 서로 호흡을 맞춰볼 생각도 없이 그냥 파도에 실려 나가는 것을 즐길 뿐인것 같았다. 분명히
바다 한가운데 있었는데 어느 새 뭍으로 떠내려와서 배바닥이 땅에 닿은지도 모르고 힘써 노를
수백번 젓고 있을 따름이다. 장하다 NXT
하여간 되도 않는 노젓기로 시간을 보내다가.. 낙현씨가 말이 되는 이벤트(구명용 끈으로 약 7대의
카약 끌기 - 낙현씨가 말이 되면 낙마... 재미없나 -_-;')도 진행하고... 어느새 배는 버려두고 바닷
속으로 뛰어들어 카약에 매달려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사라진 거친꽃을 찾으러 또(아마
거친꽃이 내가 군대있을때 말년이었음 난 탈영 했을듯) 밖으로 나와보니 어제 협재에서
만들었던 조형물의 2탄을 만들어놓고 사라졌다. 그 조형물 옆에서 정아씨는 모래성을 쌓고
있었고 조형물에 쌓여있던 해초들은 정아씨가 부끄러워서 올려놓았다고 하는데 사진을 안찍어놔서
엄청 후회되는 장면들이다 -_-;;
물을 묻히지 않겠다는 다짐은 다들 어디로 버리고 젖은 몸을 또 한번 씻고 - 샤워시설은 협재보다
나은듯? - 수건은 아저씨한테 빌려서 썼다. 원래의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상쾌한 마음에
다시 차로 향해보니 차 열쇠가 없다. 거친꽃과 함께 실장님께 핫도그를 얻어 먹었는데 아주머니는
데워주지도 않고 그냥 넘기더라. 거친꽃은 이 시점에서 쉰 핫도그를 선택, 빙고!
차에서 노숙중인 태원씨를 구경하다가 차 열쇠가 없어서 잠시 방황하고 있자니 저 멀리서 정아씨가
열쇠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걸어온다. 얼른 받아 챙기고 저녁을 뭘 먹을까를 한참 고민했다. 원래는
자유 시간을 가지려고 콘도식을 먹자고 의견을 모았었는데 아무래도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아까 핫도그를 먹는 곳에서 조개구이집이 카드가 되는지 물어봤더니 카드가 안된단다. 실장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조개구이가 엄청 땡겨서 조개구이집을 내비게이션으로 아무리 검색해봐도
비슷한 놈도 눈에 띄질 않는다. 누군가 제주에서 조개구이 맛나게 하는집 있음 좀 추천해줘...
이제 모두 취기는 걷힌 듯 하고, 보이지도 않던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무렵 우리는 다같이 모여
NXT 모양을 만들어도 보고 그냥 잔디밭을 거닐기도 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잔디밭에는 야영객이
약 2팀정도 있었는데 정말 부럽게 야영을 하던 것이, 취사도구부터 텐트 / 취침시설까지 거의 완벽히
챙겨서 애들과 함께 여행을 온 것 같았다. 헌데 그 취사도구라는 것이 바람막이부터 스탠드까지
거의 노상에 세워둔 오븐/가스레인지를 방불케 했으며 나는 허벌나게 부러움에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으잉 우리도 이틀차는 그냥 텐트를 대여해볼걸 그랬나 ㅠㅠ 이런 소리 하다 정아씨한테
아저씨 소리도 들었다(끝까지 아저씨라는데...아직은 20대에 미혼이니 그러지 마셈;)
문득 생각해보니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여유를 그다지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현재는 조금 나아졌을지라도 일상생활은 프로젝트에 반납하고 밤이고 주말이고 제작과 구현에
열중하며 어떤 곳에 있을때는 월급도 밀려보고(작은 회사의 현실이란... 게임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욕도 먹어가며 지금까지의 생활을 이어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넥슨이라는 회사에서
NXT라는 팀을 꾸리며 이제 과거의 힘든 기억들을 많이 걷어내고 있는 기분이다.
신기한 것이 회사라는 곳은 상당히 딱딱하고 재미 없는 곳이라서 사람들간의 사무적인 분위기를
걷어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팀만은 뭐가 씌였는지, 실장님과 구성원들간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상당히 어디에다가 대더라도 자랑할 수 있을정도로 항상 자유롭고 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일들도 있다. 어떤 팀이든 초반에는 대부분 분위기도 좋고 구성원도 형 동생
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만 결국은 목표의식과 지향하는 바는 완전히 같을 수가 없기 마련이다.
구성원이 20명 가까이 늘어나면 구성원간의 개성과 지향하는 바를 모두 맞추기는 힘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본인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쟁과 논쟁속에 어느 덧 초반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고 프로젝트도 뜻하지 않는 길로 접어드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이건 스티브 맥코넬의
책을 봐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고, 결국 구성원간의 신뢰와 지향점을 제한하여 하나로 밀고 나가야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 프로젝트 역시 그 정도의 비전을 향하기에는
갈 길이 멀고 완벽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빠른 시간 내 프로젝트 내에서의 자신의 Role 을 파악하게 하고 프로젝트의 로드맵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이번 워크샵에서의 지상 과제였는데 지금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사정
으로(사내 기밀이므로 포스팅 불가...) 아무래도 그 부분을 건너 뛰어야 했고, 지금까지도 너무
아쉬운 일로 남았다.
어쨌건, 워크샵의 목표가 '프로젝트를 위한 비전과 로드맵의 제시' 에는 흔들려 버렸지만 서로간에
사람대 사람으로 약 2박 3일간의 짧은 여정동안 약간은 애매했던 관계들이 걷히고 훗날 같이
뒤돌아 볼 수 있던 워크샵이기를 빌어보며 함덕 해수욕장을 떠날 채비를 한다.
맛집 지도를 같이 보다가 저녁식사에 대해 거친쫓이 멋진 제안을 한다.
"콘도 올라가기 빡시니까 좀 돌아서 가보자. 북서쪽에 해촌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로 가자"
멋진 제안이라고 하고 보니 좀 짧군. 어쨌건 식당은 돌아가지 않으면 그곳 한군데밖에 없고
저녁 라이브까페에 갈 시간을 어느정도 맞추려면 해촌이 제격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해촌'이라는 식당을 내비게이션에서 찾아 다같이 출발을 하는데 이제 제법 정경들이 어두워져 가는
시간이 되었다. 실장님은 차량 LPG 가스때문에 좀 불안해 하시는 것 같아 보이고(난 참
기억력이 좋아) 어찌어찌 빙빙 돌다가 결국 도로로 진입했다. 센과 치히로의 모험의 OST '또
다시'를 걸고 앞으로 향하는데 저녁이 되어서야 체력이 돌아오는 개발자의 특성때문에 또
시끌벅적 거리며 앞으로 간다. 뒷차도 마찬가진듯. 뭐 우리차야 거친꽃과 나만 떠들지만..
앞으로 향하는 도중 제법 멋진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스름이 깔린 정경에 풍차들이 우뚝 서서
휙휙 소리를 내고 있다. 당연히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기 위해 내린다.
정경은 나름 운치가 있고, 멀리 보이는 정자가 그 분위기를 더 살려준다. 멀리 보고있자니, 더욱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진다. 다들 차를 한 구석에 세워두고 사진도 찍고 담배고 물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해촌에 대한 정보를 나름대로 공유받고자 하나 나와 거친꽃이 내막을 알려줄리 만무하다.
왜냐면 우리도 뭔지 모르니까. 그냥 일단 가는거다.
해촌 식당에 도달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믿었다가 몇번이고 차가 밭으로 뛰어들뻔 하고 거친꽃
도 당황한다. 자전거 길만한 너비로 차를 뛰어들게 하는 멋진 내비게이션; 어떻게든 길을 찾아서
가긴 갔는데 횟집이라는 것을 깨닫고 좀 당황했다. 일단 횟집은 최대한 피하자는 실장님의 가이드
라인이 맘에 좀 걸리고 유진씨 같은 경우는 해산물과 별로 친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근처에 식당이라고는 전혀 없을 상황(그냥 한적한 바닷가에 식당이 있다는 자체로도 신기한 지역
이라)이고 별다르게 먹고 싶은 것도(조개구이 외엔) 없는 상황이라 카드가 되는지만 확인하고(성공!)
자리에 앉았다. 뭐 우리보고 졸업 여행이냐고도 묻더라. 날 보고 한 얘길까
어쨌든 경치 하나는 죽여 주는 지역인 것이 야외 식당에 소삐리리 지형의 돌과(-_-;;;) 바닷가가
바로 맞닿아 있고 한가로이(?) 낚시하는 아저씨들도 보이고 해서 사진이나 찍고 놀면서 대강 보내다
보면 마지막 맛집에서의 식사시간을 장식하기는 상당히 좋을 것 같았다.
주인(1)은 아무래도 아무리 잘 봐줘도 우리 나이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일단
7시에 손님이 오니 지금 빨리 주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장사성 발언까지 한다. 그냥 콘도로
돌아가서 콘도식을 먹을까 하다가 조금 친절해보이는 주인(2)가 와서 식단과 추천메뉴를 설명해
주다보니 어느새 맘이 누그러지는 이 갈대같은 마음. 일단 우리는 유진씨가 회를 못먹기 때문에 탕을
빨리 줘야 한다는(매운탕을 요구했었다) 말을 하면서 얘기를 하다 보니 그냥 광어회나 우럭 이런 것
들로 제한하지 말고, 식당의 추천 메뉴로 한사람당 가격을 약 30,000 원 가량으로 하자고 딜을 걸어
온다.
사실 지치기도 했고, 식당의 먼 풍경이 너무 한가롭고 아름다워서 당장 돌아가기는 좀 아쉬운 상황
이다. 적당히 타협하고 주위를 거닐다.
시간이 흐르고 고요하고 정적인 흐름에 파도소리가 적절히 그 고요한 위상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먼 풍경에는 고깃배로 보이는 배들이 평화로이 떠돌고 있었으며 나도 그다지
감상을 망치고 싶지 않아 자리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처 바닷가에서는 연인으로 보이는
여행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간간히 들리는 팀원들의 지친 목소리가 정겨웠다.
아이팟 터치로 Andre Gagnon 의 Pour Ma Soeur En Allee 를 걸어놓고 현무암이 깔린 갯벌로
나가서 새삼스레 걸어도 보며 나름 마지막 일정을 즐기고 나서 자리에 돌아와서 앉았다. 식사는
나올 줄을 모르고 정아씨는 사람들의 순간 표정을 열심히 찍고 있다.
7시에 온다던 손님도 오지를 않는다. 뭐 우리야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니까.
멀리 보이던 노을 빛은 어느새 우리 머리를 덮기 시작했고 슬슬 춥고 지루해지기 시작할 무렵
정아씨가 저만치서 뒤뚱거리면서 걷고 있어서 의아해 할때쯤 실장님이 출동 사인을 내리시는데 -_-
이게 껄떡 이벤트가 될 줄이야...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어쨌든 나는 뻘쭘하게 게가 숨어있다는
갯벌을 무심하고 어색하게 파헤쳐 볼 뿐이었다(사진 찍어준다는 것도 거절당한 상황이었음)
어쨌든, 님들은 대놓고 껄떡대나연?
.
.
.
말하고 보니 구차한가(부끄 >_<)
어쨌건, 시간은 흐르고 멀리서 주인 아저씨의 사랑스러운 발자국 소리가 터벅 터벅 들리고 드디어
회가 무늬뿐이던 식탁에 깔리며 그럴듯한 메뉴가 펼쳐졌다. 우리는 방심한 사이에 식탁이 부러지
도록 풍성한 메뉴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광어회와 옥돔이 처음이었으며 전복볶음밥, 광어미역국,
말고기 육회에 초밥, 한라산 소주까지 이어지는 6단 콤보에 다들 혀를 내두르며 젓가락을 움직
이기 시작 했다. 사실, 이전까지 먹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는데(유리네
도 별로라) 예상치 않게 맛보게 된 해촌에서의 광어회와 옥돔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전복 볶음밥은 잘개 자른 김과 참기름, 간간히 씹히는 깨소금과 전복들이 입안에서 향연을 펼쳤으며
실장님 몰래 먹는(내가 우리 차의 마지막 운전자가 되어서) 2잔의 소주는 그보다 더 향기로울 수는
없었을거다. 다들 유진씨를 좀 신경쓰는 분위기였는데 어느새 동참해서 그런대로 식단을 즐기고 있
더라능. 하여튼 다들 연신 조낸 짱을 외쳐가며 입을 쉬지 않고 있었다. 나도 사실 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곳의 회는 너무 맛있고 양도 풍부했다. 12명이 다 합쳐서 30만원이 약간 넘게 먹었는데
배가 터질 정도였으니 가격도 적절하고 왁자지껄 좋은 분위기도 유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거친꽃은 이미 즐겁게 흥분 상태였고 동렬씨도 기분 좋게 회를 목으로 넘겨가며 이번 주최측(ㅋ)이
짱이라는 말을 연신 뱉어내고 계셔서 실장님도 아랑곳 않고 법인카드를 동렬씨께 넘길뻔 했다!
내년에도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명함을 여러장 받아오려고 하니 주인(1) 이 네이버에서 해촌을 치랜다. 이봐요 -_-; 친절했던
주인(2)가 성화를 부려 명함을 여러장 받아오고 다음 여정인 '일단 무늬는 자유시간'을 가지기 위해
차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낚시를 가는 인원들이 선발되어 따로 시간을 가지기로 했는데 낚시를
간 사람들이 나중에 우리에게 낚이는 이벤트가 벌어지게 되는데, 기대하시라(두둥)
거친꽃은 기분 좋게 취했는지 클릭스 MP3(나는 제품명을 항상 적어야 직성이 풀리나부다)를 Aux
에 스테레오 케이블을 꽂아서 마구마구 음악을 선곡하며(1절씩만 듣기도 하는 기행을 거듭하며)
거친 조수 노릇을 하고 있었고 뒷좌석 두 숙녀분들은 덕분에 한국 음악도 들으면서 즐거워 하고
있더라. 나는 뒤에서 쌍라이트를 켜고 끝까지 따라오는 실장님을 제치려 노력하지만(눈부셔서 -_-)
가로등도 없는 밤길에서는 속도를 더 내는 것은 자살행위다. 어쨌든 지친 것도 잊고 맛있던 저녁을
회상하며 라이브 까페가 기다릴 콘도로 차를 몰았다. 어쨌건 100km 이내로 몰았다는 것이다.
진짜다 뻥 아님
우리가 묵는 한화 콘도는 저녁 시간대부터 1시간 단위로 약 30~40분씩 포크 음악과 노천 호프의
손님들에게 신청곡 위주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자유시간을 보내기에 아주 제격인 것 같았다. 나름
마지막은 여유를 부리고 싶었던 것인데, 차를 대고 들어와 보니 다들 TV를 보고 있다. 졸려워지면
어쩌려고 이사람들이 -_- 내가 방에 도착한 것은 9:10분 경이고 이미 이번 시간대 공연 타임이
시작한 시간이라 전날 먹지 못한 양주를 꺼내 놓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때 내 가방에 넣어
둔 아몬드는 며칠 후 집에서 호떡으로 재탄생하게 된다(클릭)
원래 다음 날을 위해 황태 해장국을 끓여 놓고 싶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이마트 등을 들를 정신도
없고 해서 다시마도 무도 계란도 황태도 국간장도 소금도 없었다(있는게 없었다는 말임) 그냥 포기.
어차피 저녁에 콘도식을 안먹었으니 아침에 먹으면 된다고 자기 합리화에 최면까지 걸어놓고 뒹굴
거리다 라이브 까페로 윈저 한병을 들고 나갔다.
노천 호프에서 일단 맥주를 어떻게 어떻게 시켜놓고 보니 어제의 취침시간이 2시간 밖에 안 된
상태라 한모금 마시고 나니 왠지 핑 돌더라. 뭐 차에서 잠도 안잤고, 아까 살짝 마신 소주도 있지만..
술이 순배를 돌면서 거친꽃이 자리에 앉았고 뭐 안될거라고 하더니 문방구에서도 쇼부 칠수 있는
능력으로 종업원과 가져온 양주를 마셔도 되겠냐고 하면서 협상을 하더라. 뭐 주위에서도 항상 없는
일은 아닌데 그냥 마시게 해줄줄 알았는데 의외로 어렵게 타협한 듯 했다. 역시 거친꽃
현봉씨는 출발일 전에 술을 무더기로 마신 터라 어제 일찍 잤었다. 더분에 오늘 발동이 걸렸고,
거친꽃은 맥주에 양주를 무더기 로 타더니 결국 GG를 치고 만다. 이런 저런 시간을 보내다가 라이브
가수들이 입장한다. 여자 보컬은 노래도 좀 하는 편이고, 분위기도 잘 맞출 것 같았지만 사실 감흥은
별로 없었던 것이 어떤 회사에서 무더기로 워크샵을 왔는지 지붕에서 사진을 찍는 기특한 직원들과
부장급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어설프게 춤을 춰가며 옆 테이블의 애기들한테까지 집적대면서 흥이
깨진다.
나는 이 시간을 틈타 화장실도 다녀올겸 실장님께 방 출입카드를 받아 챙기고 주위를 거닐고
써먹지 못할 어두운 곳에서의 사진을 몇장 찍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술도 잘 안받고 이미
취한 상태다. 이런 저런 생각도 나고 졸려서 그냥 쉬고 싶기만 했다. 그래도 마지막 일정을 버릴수는
없지 -_-; 돌아와서 방에 들어갈 것을 권유하고 나니 현봉씨가 아쉬워 하는 눈치라 조금 더 버티다가
결국 모두를 끌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술자리를 세팅하고 술의 순배를 돌렸다.
아무래도 인원이 4명 적어져서 그런지 분위기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았고 다들 지쳐서 뭔가 할거리를
찾아야 했는데 결국 4명을 다시 콘도 안으로 부르기 위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_-; 사실 나는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야 말았고, 내가 한 말이 먹혀서 좀 뻘쭘하기도 하더라.
일단 거친꽃과 동렬씨를 싸움을 붙이는 이벤트였는데, 실제로 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극으로
진행하게 한 것이고, 그럴 듯한 핑곗거리를 현봉씨의 Catmull-Rom 낙하로 설정했다. 그냥
뒤돌아 보면 다음과 같은 화두거리였는데 -
1. 일단 거친꽃이 나이가 적은편(???, 30ㅠㅠ) 인 상태에서 현봉씨의 낙하 이벤트를 주제
로 놀리기 시작하고
2. 이에 열받은 동렬씨가 나서서 둘이서 전투를 벌이려 한다.
3. 다들 말리는 데 정신이 없다. 거친꽃은 실장님이 말리고 나는 동렬씨를 잡는다. 현봉씨
는 열받아서 어디로 피해있다.
이 상황에서 이 이벤트를 낚시를 간 사람들(삼관,기덕,한성,낙현)을 낚아서 방으로 오게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연기를 할 여자분이 필요한데...
일단 유진씨는 연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앞에서 안주가 하나 굴러가도 바로 웃어버릴 모드
다. 결국 정아씨가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전화 연기를 해야 했는데, 실장님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동참, 캠코더까지 동원하며 전략회의를 풍부하게 해 주시더라. 나랑 현봉씨는 그냥 좀 얘기나 하고
싶었는데 난 기덕씨랑 삼관씨가 나중에 장난질이냐고 화낼까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현봉씨는 단지 술이 좀 부족했던 것이고..
모든 전략 회의가 그럴듯하게(?) 끝나고 닭싸움이냐 가위바위보냐 하면서 엔딩을 그럴 듯하게
설정하고 나서 한번정도 연습 후 1막이 열리기 시작한다.
- 1막 -
(정아씨가 삼관씨한테 전화를 한다)
정아 : 여보세요. 저 정안데요. 여기 싸움이 나서 brabra (울먹울먹) 꺅꺅 (흑흑) 어쨌든 빨리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삼관씨는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침착하고 심각해진다)
삼관 : 음. 알겠어요 지금 빨리 갈게요(낚싯대를 챙긴다)
여기서 주목해봐야 할 것이 연기 능력인데, 발코니에서 전화를 하는 것을 힐끔 들어본 바로는 어디
연기학원이라도 다녀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여간 이제 내 걱정병에 전염된 실장님은
다른 걱정을 하시는데, 이 전화를 받고 나서 서두르다가 사고라도 날까봐서인지 내게 2차적인
역할을 맡겨 주신다. 이제 2막이 열리는거다.
- 2막 -
(VFH가 삼관씨에게 전화를 한다)
VFH : 네 저 VFH 인데요. 여기는 대강 정리되었으니까 그냥 사고 조심해서 천천히 오세요.
(삼관씨는 VFH의 심각한 사운드에 갑작스럽게 진짜인듯한 확신이 생겨버린다.)
삼관 : 거의 다 왔어요. 금방 들어갈게요
(VFH는 퀘스트를 완수했다. 90의 경험치를 얻었다. 구라 스킬이 +3 늘었다. 맥주잔을 획득했다.)
어쨌든 다들 근처에 왔으니 이제 주위를 환기하고 얼굴에 캐챱도 발라보고 싸운 흔적을 만들려고
접시도 뒤집어보고 하며 상황을 연출해 본다. 몇 잔 순배가 돌고 나니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며(!!) 3막이 열렸다.
- 3막 -
(쿵쿵쿵)
(후다닥, 콰쾅, ㅅㅂㅅㅂ, 왔다 왔어, 원위치!,뿌웅(?))
(동렬씨는 담배를 방에서 피우고 있는다. 문은 닫혀 있고 VFH이 동렬씨를 말리고 있다)
(실장님은 발코니에서 거친꽃을 말리고 있다)
(막 들어온 멤버들이 걱정 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삼관 : 왜 그래, 용석씨
기덕 : 무슨일이야, 왜그래?
낙현 : (빤히) <- 주목
한성 : (가만히 있는다)
(이 때 동렬씨가 신호를 보내며 방에서 뛰쳐 나간다. 거친꽃을 가리키며. 정아씨는 자책감에 입을
가리고 벽에 붙어있다. 유진씨는 뭐하는건지 바닥을 보고 있다. 태원씨랑 현봉씨는 방에서 벽을
보고 있다. 동렬씨의 대사는 몇단어로 되어 있는지 한번 주목해보자)
동렬 : 너 ㅅㅂ 니가 그러면 안되지
거친꽃 : 아니, 일단 와서 얘기해봐요. 와보라구요.
삼관 : 용석씨, 그만해
(이 때 동렬씨가 몸을 던지는 것을 VFH 가 몸을 던져서 방 밖으로 밀쳐낸다. 삼관씨가 자연스레
돕는다)
동렬 : 아 ㅅㄲ 넌 ㅅㅂ
(동렬씨는 방 밖에서 입구 쪽으로 VFH 가 밀쳐서 출구쪽으로 가기 시작하다가 천천히 웃음이
나오는 것을 손으로 가리며 오기 시작한다)
동렬 : 아 ㅅㄲ
거친꽃 : 아니 무슨 말을, 참내 와서 해보라니까
(약 5초간 둘이서 눈으로 대치하고 있다가 동렬씨가 다가가니 삼관씨가 눈치없게 막아선다)
삼관 : 말로해 말로. 용석씨 그만해.
(이 상황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낙현씨는 다른 방에 있던 사건의 원흉(?) 현봉씨를 보면서 의아해
한다.)
낙현 : 싸운다는데 왜 우-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웃음을 삭힌다, 현봉씨는 벽을 주먹으로 쾅하고 친다. 이 대사는 훗날 NXT의 전설이 된다.)
(하여간, 거친꽃이 말을 계속하는데)
거친꽃 : 아니, 동렬씨 운동했으면 다예요? 왜 자꾸 힘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VFH : 용석씨 그만해! 용석씨가 그럼 안되는거지!(대사에 없던)
동렬 : 넌 ㅅㄲ 니가 ㅅㅂ 아우 ㅅㅂ 내가 말을 말아야지 ㅅㅂ
(VFH는 삼관씨가 막는 것에 엔딩이 안나서 그냥 싸우라고 동렬씨를 민다. VFH는 낙현씨 말때문에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 해서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아무도 날 안보니 상관 없다 ㅋㅋ)
결국 거친꽃과 동렬씨의 가위바위보. 상황 종료. 다들 웃는다
(하하)
(내가 이럴줄 알았어
(아 뭐야 내 고등어) (????)
(오쩐지 이상하데여)
- 끝 -
뭐 후에 누가 어떻게 예상했느니 하면서 한잔 술에 양쪽 진형의 스토리를 서로 비교하며 즐거워
한다. 어쨌든 웃으면서 끝났으니 다행이다.
어쨌든 모두가 한 자리에 다시 모였다 -
실장님이 이번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워크샵동안 찍었던 모든 동영상을 하나 하나 모두 플레이하기
시작하며 제주에서 있던 기억들을 마치 복습하듯 되짚을 수 있었는데, 하나 하나 지루할만한 시간이
없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 귀찮을만도 한 포스팅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제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니... 호주 이후로(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닥
자랑할만한 여행거리가 없어서 괴로웠는데 당분간 입이 심심하지는 않게 됐다.
이제,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워크샵의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났다.
이 마지막 일 이후에는 별 다른 일 없이 잠자고. 일어나고, 아침은 토스트와 커피, 베이컨과 달걀에
샐러드를 곁들인 맛있던 콘도식을 즐기고 LPG 를 충전하고 차량을 반납하고 기념품을 사고..
김포공항에 돌아와서 다들 자신의 길을 간 평범한 스토리다. 허탈하게도 다들 바이바이 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꿈처럼 돌아와 기념품을 가족에게 풀어놓고, 그간의 일을 말할 새도 없이 그냥 깊은 잠에
빠져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고 말았다. 음악 하나를 걸어 놓자니 공교롭게도 조지 윈스턴.
꿈 같던 시간이기는 했지만.. 사실, 큰 의미를 부여할 것 까지는 없다 - 그냥 사람들끼리 모여서
즐거이 다녀온 여행이기에 충분한 것이다. 잘 모르던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친분이 생길 일이 없던
사람들과의 인연도 생기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NXT-정아씨 얘기겠지)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뉴에이지 음반을 몇장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앙드레 가뇽, 유키 쿠라모토,
조지 윈스턴의 모든 앨범을 뒤적거리며 최대한 멋없는 뇌세포의 모든 기억을 되새기려 노력했다.
이문열은 삼국지를 평역하며 끝없이 중국 차를 마셨다는데, 나는 제주의 기억을 뉴에이지로 채우려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센티멘탈해지고 말았다. 기회 되면 다들 꼭 들어 보시길. 이 공허한 계절을
채우는 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터이니. 특히 솔로들은 집중해서 듣다보면 어느 새 여러
가지 의미로 바빠진 자신을 깨닫게 될 듯 하다.
내년 여름이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보단,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그냥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 어쨌든 개발도 중요하니까. 현재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 해야겠지..
담배도 끊어야 할 것 같고 -_-; 술도 줄이고...
이 아래의 사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NXT에서' 유명한 개발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내년 여름에 이 멤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붙여 조잡한 글을 마치려 한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사실 2부로 나눌 필요가 없는 포스팅이지만,
쉬이 잊혀지는 것이 싫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기에 일부러 2부로 쪼개서 감흥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이 워크샵 담당자로서의(동렬씨 말로는 주체측) 마지막 역할인 것이다(오오)
이번 겨울은 거친꽃 주체하 개인적으로 모여 스키장을 가기로 했으니 알아서 모이고
저는 내년 여름에도 살아있다면 다시 공식적 행사로 여러분을 모시겠슴다
pps.
나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이제 작년 이맘때쯤부터 벼르고 맘먹었던 근교여행을 다녀보려 하는
계획을 다시 수립중이다 -
혼자서, 혹은 근처의 친구, 지인들과 주말에 내 차나 기차를 타거나 버스도 자전거도 좋다.
무리한 일정은 배재하고, 서울 주위의 구석구석을 방문하면서 사진도 찍고 블로그에 글도 기고하며
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공부랑 개발은 평일날 열심히 하고(!)
거친꽃이 음악도 다시 하자고 해서 이제 연말 공연도 준비해야 하고;;(넥밴 5팀 되었습니다!!)
ppps.
멤버들! 자기 블로그/홈페이지/미니홈페이지 주소 좀 댓글에 달아주세요.
댓글이나 트랙백이라도 던지고 놀아용. 없으면 없다고 써주시등가 -_-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자기 사진만 잘나온거 올리고...반칙인데예.........ㅋㅋ
제 블로그니까요 ㅎㅎ
오메.. 2부가 늦은 이유를 알겄네요.. ㅋㅋ
암튼 멋진글 ㄳㄳ
수고하셨습니당
(그나저나.. 언제부터 넥밴을!!.. 큭.. 부럽)
음음 어찌보면 핑계라능 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다능~ 일빠체라서 미안하다능.
내년에는 해외 워크샵 스토리를 쓰고 싶은데.. 환율이 이래서 해외는 무리겠네요